티스토리 뷰
2018. 10. 13 ~ 2018. 10. 26
New York
Day 4.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이번 여행으로 시차적응에 일주일 정도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으로 돌아온지 일주일이 훌쩍 넘은 현재 드디어 시차적응이 끝났기 때문이다. 뉴욕 도착 4일째에는 그러니까 아마, 슬슬 시차적응이 되어가던 중이었을 것이다. 숙소에서 새벽녘에 깼을 때의 느낌이 기억난다. 보일러가 없어 히터로 난방을 하던 작은 도미토리 룸은 꽤 건조했다. 예민한 코와 피부가 말썽을 부리기 딱 좋은 조건. 매일 연고를 바르고 약을 먹으면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애를 썼다. 추워도 사람들이 살을 드러내고 조깅을 하던 도시. 나도 조깅을 하면 추위에 조금은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생각만.
눈을 뜨면 보이는 창밖의 풍경.
아침상.
지방 함량이 한국의 두 배는 되는 듯 했던 고소한 우유. 아침이면 그래놀라나 시리얼을 우유에 타 먹거나 토스트를 먹는게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한국에서와 달리 여행지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여행지에서 먹는 행위는 돌아다니기 위한 에너지 보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물론 맛있는 걸 먹으면 좋다. 비록 소시지가 매우 짜지만 장을 봐서 이렇게 아침을 차려먹는 것도 당연히 좋다. 숙소가 아늑했던지라 아침을 차려먹는 과정도 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든든하게 챙겨먹고 나선 첫 행선지는 구겐하임 미술관. 화창하지만 추운 날씨. 맑고 차가운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어퍼 이스트 사이드로 향했다. 맨해튼은 구역별로 느낌이 아주 달라서 재밌다. 부촌답게 깔끔하고 쾌적한 환경이 돋보였던 어퍼 이스트 사이드. 센트럴 파크 근방에 다다르면 하얀 그릇을 몇 겹씩 쌓아놓은 것처럼 생긴 구겐하임 미술관이 등장한다. 하얀 건물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내가 방문한 날에는 Hilma af Klint라는 여성 작가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평일 오픈시간임에도 사람이 많았다. 아래에서부터 위쪽으로, 작가의 생애주기에 따라 순서대로 작품이 전시되어있었다. 나는 꼭대기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면서 관람했다. 영적이고 종교적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작품들이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가의 말기 작품들.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동시에 따뜻한 파도가 이는 느낌이었다. 작품으로부터 어떠한 인상을 받을때면 과연 작가가 이를 의도한 것일지가 궁금해진다. 현실적으로 그러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분명히 어떤 작품을 볼 때는 작가와 잠시나마 연결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작가를 떠나 작품 자체와 교감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아직 미술작품을 감상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회화나 조각 같은 미술작품이나 여러 예술 작업들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인간 사고의 대부분은 문자화된 언어로 처리되는데, 미술이나 음악 같은 경우는 문자언어를 경유하지 않고도 삶의 단면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확장된 세계를 가능케 한다. 특히나 생각이 많고 문자로 된 정보를 접하는 것을 즐기는 나로서는 머릿속에 새로운 영역으로서의 여백을 마련해주는 이런 예술작품들이 절실하다.
이 날의 착장. 코트를 가지고 가지 않았더라면 큰일날 뻔 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독특한 구조로도 유명하다. 생크림을 두르듯 회전하며 올라가는 형태에 곳곳에 숨겨진 장소가 있는 구조. 관람객의 동선이 정해져있어 전시기획 단계에서 기획자의 의도가 선제적으로 제한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고민들이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소되는지도 궁금해진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아서 1시간 반 정도면 충분히 관람할 수 있다.
브랑쿠시의 The Miracle.
기획전시와 별도로 다른 공간에 브랑쿠시의 조각들도 전시되어있었다. 고대~중세시대의 재현 조각들만 접했던 시절에는 조각에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자재의 특성이나 작가의 주제의식이 부각되는 현대 조각들은 재밌게 보고 있다. 브랑쿠시의 The Miracle도 첫눈에 맘에 들었던 작품인데, 파도를 형상화한 모습이라고 하니 더욱 멋지다. 영롱한 대리석의 질감까지, 아름답기 그지없는 작품. 미니어처가 있다면 사왔을 것이다.
관람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몇 장 찍은 후 루즈벨트 아일랜드로 이동했다. 원래는 출퇴근 용도라는 케이블카를 타고 들어갔는데 뷰가 장관이었다. 푸꾸옥에서도 혼똠 섬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너른 바다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도심 속의 케이블카는 또 다른 느낌!
파노라마를 찍어야만 하는 풍경이었다.
루즈벨트 아일랜드의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았는데 출퇴근 케이블카가 필요할 만한 규모였다. 반짝이는 Cornell Tech 캠퍼스 건물도 자리잡고 있고, 큰 오피스 빌딩도 몇 채 있었다. 넓은 공원도 있어서 한가롭게 산책하면 딱 좋았을텐데 피터루거에 예약을 해둬서 금방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피터루거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여자 2인 방문에는 싱글 스테이크에 토마토와 양파를 곁들이고 두꺼운 베이컨을 추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디저트에 팁까지 120불에 끊었다. 식사 후에는 윌리엄스버그를 가볍게 돌아보고 영화 인턴에 나왔다는 Toby's Estate에 들러 커피 한잔 했다.
예쁜 책만 보면 사고 싶은 병에 걸렸다. 정원과 색은 모두 내가 좋아하는 주제.
층고가 높고 분위기가 좋았던 Toby's Estate. 윌리엄스버그에는 아기자기한 가게가 많다.
허드슨 강변이 보이는 곳으로 나갔다가 우연히 페리 선착장을 발견했다. 페리에서 맨해튼 야경 구경하면서 맨해튼으로 돌아왔다. 피곤해서 일찍 들어가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발길이 향한 곳은 타임스퀘어.
캐릭터 상품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인간적으로 너무 귀엽다.
너무 귀엽다. 너무!
갖고싶다.....!
하지만 난 의젓한 어른이니까 참았다.
TKTS 부스에 올라가면 보이는 뷰.
타임스퀘어는 그 명성답게 북적였고 늦은 시간에도 연 가게가 많았다. 대체 뭐땜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는 알 수 없었으나.. 북적이는 곳에 오니 관광객이라는 나의 지위가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다들 올라가길래 TKTS 부스 계단에도 올라가봤는데 딱히 특별한 경험은 아니었다. TKTS 부스는 500명 정도의 하중을 견디게 설계되었다고 한다.
능글능글 레드 엠엔엠
딱히 사고 싶은 건 없었지만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던 엠엔엠 스토어. 동행과 구경하면서 "정말 엠엔엠이 그려진 파자마를 입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단 말이야?" 같은 대화를 했다. 이런 곳을 볼 때마다 미국이 정말 자본주의의 첨병과도 같은 국가임을 새삼 깨닫는다.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 용케 지갑을 지켜낸 스스로를 칭찬한다. (그렇지만 우드버리 아울렛에 간다면?
뉴욕은 다니면서도 물론 좋았지만 돌아와서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내년에 또 갈까 싶다가도 추운 날씨가 걱정되어 망설여지기도 하고. 같은 도시를 또 가기보다는 다른 곳에 가는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뉴욕은 매력적인 도시다. 또 간다면 도미니크 앙셀에 가고 초바니를 많이 먹고 들르지 못한 미술관들을 전부 훑고 올 것이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욕여행 Day 6 (0) | 2018.12.09 |
---|---|
뉴욕여행 Day 5 (0) | 2018.11.06 |
뉴욕여행 Day 3 (0) | 2018.11.02 |
뉴욕여행 Day 1, Day 2 (0) | 2018.10.29 |
푸꾸옥 살린다 리조트 :: Salinda Resort Phu Quoc Island (0) | 2018.1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