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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뉴욕여행 Day 1, Day 2

Karlie__ 2018. 10. 29. 21:48

2018. 10. 13 ~ 2018. 10. 26 

New York



 오랜 수험생활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난 뉴욕여행. 사실 홀가분하다기보다는 많이 지쳐있었다. 장기간의 스트레스로 인해 몸은 약해질 대로 약해지고 정신은 약간의 우울감이 지배하고 있던 시점. 시험을 마치자마자 다녀온 베트남 여행은 기대했던 회복보다는 스스로가 얼마나 지쳐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일 뿐이었다. 그래도 그 때와는 달리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힌 상황이니 이번 여행에서는 잃어버렸던 모습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출발했다.


 아시아나 직항으로 12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JFK 공항에 내렸을 때만 해도 이게 어떤 상황인지 잘 인지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에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어쩌다가 덜컥 뉴욕에 왔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도 출발 2주 전에 비행기며 숙소를 정해가며 말이다. 수험생활로 인해 오랫동안 여행을 가지 못했지만, 예전에는 미국으로 여행갈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한창 유럽에 매료되던 20대 초반.. 이 때 다녀온 파리와 런던은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 내가 뉴욕행을 결정하게 된 건 아마도 브런치에서 본 뉴욕 산책님의 글 덕분이었을 것이다. (뉴욕 산책님의 브런치 :: https://brunch.co.kr/magazine/nyrapsody) 다른 것보다도 문화생활, 바로 문화생활에 끌렸던 것 같다. 뉴욕에 가서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보자. 그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Day 1.

 뉴욕에 정오 즈음 도착하는 비행기여서 오후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 입국심사 대기에 2시간이 소요되고 숙소로 가는 데에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어 완전히 지쳐버렸다. 처음 경험하는 뉴욕의 지하철 체계에 적응하는데도 에너지가 많이 들어서 그냥 숙소에서 쉬고 싶었지만, 나는 지금 뉴욕에 있다고! 하는 생각에 얼른 옷을 갈아입고 그린마켓을 방문했다. 뉴저지까지 건너갔다가 다시 맨해튼으로 나가는 비효율적인 동선.. 생각해보면 이 날 그냥 숙소에서 쉬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지만 다른 곳도 아닌 뉴욕에 왔다는 사실이 나를 과도하게 흥분시켰다. 결과적으로 그린마켓은 파장 분위기라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고, 얼굴만한 크기의 미국 스케일 피자를 뉴욕에서의 첫 끼니로 삼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보이는 맨해튼 풍경. 숙소는 한인민박인 '뉴욕 삼촌네'를 이용했다.




Day 2.

 시차적응으로 인해 새벽같이 기상하여 숙소 주변을 산책했다. 숙소가 위치한 뉴저지는 맨해튼보다 주거환경이 나아서 좀 더 사람 사는 느낌이 난다더니 정말이었다. 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산책하는 강아지들이 많았다. 뉴욕에 지내면서 강아지가 산책하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곳곳에 강아지 전용 공간도 있고 카페에는 dog treat이 놓여있는 등 굉장히 반려견 친화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말로만 들었던 커피케익을 시켜 라떼와 함께 먹으면서 허드슨 강을 구경했다. 미국 스타벅스라 라떼도 더 맛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며칠 지나니까 그 맛이 그 맛처럼 느껴졌다는건 비밀. 뉴욕에 오기 전에 날씨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날이 흐려서 아쉬웠다. 그렇지만 여행 4일차부터 날이 개서 여행 내내 하늘은 완벽했다. 추워서 문제지. 뉴요커들은 강인하다. 그 추운 날씨에도 항상 살을 드러내고 조깅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스타벅스에서 보이는 허드슨 강과 맨해튼.



 주말이라 맨해튼 중심지로 가는 Path가 운행하지 않아서 숙소에서 제공되는 라이드를 이용해 WTC역에 도착했다.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건축한 역사로, 100년이 넘어가는 낡은 다른 뉴욕 지하철역사와 다르게 아주 깨끗하고 현대적인 면모를 자랑한다. 높은 빌딩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구조와 하얀 색깔로 랜드마크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실내는 매우 넓고 채광이 좋아서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 틈에서도 안락한 느낌을 주고, 유동인구가 많음에도 보행에 불편함이 없다. 





건축의 형태가 다양하다는 것도 뉴욕의 매력 중 하나.







날이 맑아졌다!



이날의 차림새.



 원래는 루즈벨트 아일랜드 트램을 타고 윌리엄스버그를 둘러보다가 브루클린 플리마켓을 구경하기로 했으나, 주말의 뉴욕은 지하철 운행이 변덕스럽고 배차도 길다고 하여 대중교통 이용을 최소화하는 일정으로 수정했다. 그래서 결정된 루트는 WTC역에서 소호 쪽으로 올라갔다가 브루클린 플리마켓을 구경하러 다녀오는 일정. 소호에는 정말 샵이 많았다. 쇼핑하기 너무 좋은 장소였고 세일도 꽤 많이 하고 있었는데 여행 초반에 간 것이 패착이었다. 맘에 드는 니트를 샀는데 나중에 한벌 더 구입하고 싶었음에도 아울렛 가격이 매장 가격보다 높아서 좌절했기 때문이다. 2주 정도의 일정이라 다시 방문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뉴욕에서 명심할 점 : 사고 싶으면 사자. 



WTC역에서 나와 올라가는 길. 노란 택시가 귀엽다. 


걸어가다 마주친 시티홀 공원의 분수대.


뉴욕 시청사.


관공서였는지 법원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런 공공건물이 모여있어 이 근방을 Civic center라고 부른다고 한다.


할로윈이 다가오는 시기라 이런 귀여운 장식들이 많았다.


 

맨해튼은 격자형태로 된 도시고 블럭 하나의 길이가 도보로 주파하기에 어렵지 않은 정도라 많이 걷게 된다.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걷는게 빠르기도 하고. 걷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다니기는 괜찮았지만 여행 초반이라 에너지 조절에 실패해서 3만보 가까이 걷고 완전히 탈진해버렸다. 여하튼 이리저리 걸어다니며 접하는 뉴욕의 표정은 들은 것과는 달리 꽤나 다정했다. 뉴욕 사람들이 쌀쌀맞다는 말에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갔는데, 문 잡아주는게 기본적인 매너이고 가볍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일상이어서 꽤나 놀라웠다. 이게 쌀쌀맞은거면 한국인은 대체..? 매너를 지키는 시민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외에도 뉴욕은 장애인과 노약자, 어린이에 대한 배려가 배어 있는 도시다. 물론 맨해튼의 환경 자체는 장애인의 보행에 친화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에서보다 돌아다니는 장애인을 훨씬 많이 봤고 여러 시설에서 장애인에 대한 특별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보면서 선진국의 면모를 느꼈다. 노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도 많아서 문화생활하는 노인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Civic Center 주변을 구경하면서 소호로 올라갔다. 


소호에 있는 나이키샵. 색감이 고왔던 신발들. 그렇지만 신발은 아디다스를 선호한다.




소호에도 모마 디자인 스토어가 있다. 인테리어 제품이 많았다. 


식사는 여기저기서 추천받은 루비스에서. 버거는 완벽했고 파스타는 약간 짰지만 괜찮았다.


브루클린 마켓의 빈티지 가구점. 



비누가 너무 아름답다!



 소호는 브랜드도 많고 스토어도 화려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모마 디자인 스토어도 재밌었는데 정작 모마 근처에 위치한 스토어에는 들르지 못했다. 생각할수록 아쉬움이 남는 뉴욕 여행이다. 브루클린 플리마켓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다음날 투어로 다시 브루클린에 올 예정이었기 때문에 대충 둘러보고 근처의 카페 Devocion에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Devocion도 원래 추천받은 윌리엄스버그 지점이 아니라 좀더 협소한 브루클린 지점이어서 기대했던 방문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다. 다만 이 날 샀던 보랏빛 꽃은 마음에 들었다. 뉴욕 곳곳의 편의점 같은 상점에서는 상태가 좋은 꽃을 많이 판다. 


 브루클린으로 건너갈 때는 Clark 역에서 내려서 수변을 따라 펼쳐진 고가공원을 거닐었다. 허드슨 강 너머로 보이는 맨해튼 풍경이 장관이었다. 날이 더 맑았더라면 완벽했겠지만 그래도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었다. 브루클린 브릿지 방향으로 공원을 따라 산책하며 플리마켓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다시 WTC역으로 돌아와서 9/11 메모리얼에 들렀다. 뉴욕여행을 준비하며 사람들의 방문기를 종종 보긴 했지만 어떤 느낌인지는 상상이 잘 안됐는데, 메모리얼에 들어서자마자 이 곳이 추모의 공간이며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라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폭포처럼 흐르는 물이 희생에 따른 슬픔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가장자리에는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는데, 이들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흰 장미를 꽂아둔다고 한다. 다시는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건축적 방식에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Tips.

- 뉴욕에서는 무조건 무제한 메트로 카드를 사는 것이 좋다. 맨해튼은 걸어다니기 좋지만 큰 도시기 때문에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야 할 일이 많다. 한 번 이용할 때 2.75달러로 매우 비싸기 때문에 나는 32달러 정도 하는 7days 패스를 두 번 구매해서 이용했다.
- 음식이 대체로 짠 편이기 때문에 주문시 less salty를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 보통 테이블에 담당 서버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마저도 마주치기 어려울 때가 많아 추가주문할 생각 말고 한꺼번에 다 주문하는게 좋다. 
- 미국의 코카콜라는 반드시 하루에 한 병씩 마셔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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