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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뉴욕여행 Day 6

Karlie__ 2018. 12. 9. 21:50

2018. 10. 13 ~ 2018. 10. 26 

New York

Day 6.


 쭉쭉 밀리는 여행기. 가장 좋아하는 날 직전에 멈추다니. 뉴욕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에 다녀왔던 날이다. 너무 좋아서 누구도 알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SNS에도 올리지 않은 곳. 여기에도 명칭은 적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걸 대하는 어린 방식. 욕심보다는 포기가 빠른 요즘의 나에겐 생경한 방식이라 반갑기까지 하다. 


 봄에 뉴욕에 또 갈까 싶었는데 그리움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는 친구의 말에 유럽이나 무사히 다녀오자 싶기도 하다. 유럽.. 재밌을까? 물론 돈을 잔뜩 쓰면 재밌겠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 다녀온 제주는 재밌었다. 기대했던 장소들은 영 별로였지만. 드디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에 흥미를 잃기 시작했다. 충동적으로 베네세 하우스까지의 표를 끊지 않은게 다행이랄지. 그 좋았던 여행을 다녀와놓고 오늘 하루종일 내가 뭘 싫어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한 건, 어제 마신 와인의 숙취 때문이려니 생각한다. 






라콜롬브의 드래프트 라떼. 맛이 아주 좋았다.



 커피를 잘 마시지 않는다. 잘 마시지 않으니 맛도 잘 모르고. 그렇지만 라콜롬브의 드래프트 라떼로 시작하는 청명한 아침은 최고의 하루를 예견하는 것 같았다. 목넘김이 좋은 부드러운 우유의 맛이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맛. 얼음이 들어있지 않은 차가운 커피라는 점이 재밌었다. 다른 색도 아닌 자주색의 새 로고는 더할나위 없고. 




그랜드 센트럴 역으로 향하는 길. 브라이언트 파크를 지나쳤다.



그랜드 센트럴 역.


 그랜드 센트럴과 오큘러스의 차이는 뭘까. 아름답고 북적이는 고풍스러운 역사. 길을 찾는데 약간 애를 먹었다. 해외 여행을 가면 한국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래도 뉴욕은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나쁘지 않은 도시였다. 지하철이 더럽다는 점만 빼면. 



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풍경이 쓱쓱 지나간다.





 뉴욕에서의 나날들은 대체로 쾌청했다. 교외로 꽤 멀리 나갔던 이 날은 유달리 더 청명해서 선물 같았다. 혼자 하는 일정이기에 더 좋았을지도. 혼자 다니는 걸 이렇게까지 좋아하다니, 사회성에 문제 있는건 아닐까 가끔 걱정이 된다. 걱정도 그때뿐이지만.








 접근성이 아주 좋진 않은 교외의 널찍한 갤러리. 다른 관람객이 있어도 공간이 넓어 마주칠 일이 별로 없는, 맑은 날의 고독을 즐기기 좋은 장소. 사랑할 수밖에 없다. 전시가 별로여도 할 말 없다고 생각하며 들어갔지만 전시도 좋았어. 현대미술을 좋아하게 된 것이 틀림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 공간이다.



이 날의 착장. 추울 작정 하고 나갔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로버트 스미스슨의 작품을 봤다고, 그의 유명한 대지미술 작품 이야기까지 하며 자랑하는 요즘이다. 최근의 내 모토는, 몰라도 즐기자. 알면 좋지만, 일단 즐겨. 이 자릴 빌어 김애령 교수님께 감사인사를 올린다. 물론 저 모토는 교수님의 수업을 내 멋대로 해석한 결과이다. 






 갤러리 샵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한 가방은 데일리로 잘 쓰고 있다. 근처 마을 구경까지 하다가 뉴욕으로 돌아왔다.




링컨센터의 데이비드 게펜 홀.


링컨센터 전경


 저녁엔 한국에서부터 미리 예약해놓은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을 보기 위해 링컨센터로 향했다. 콘서트 다니던 버릇이 있어 음향보다는 무대와 가까운 자리를 잡고 본다. 이 날의 공연은 <The Red Violin>이었는데, 영화를 보여주면서 실시간으로 연주를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처음 보는 공연 방식이라 생소하기도 했고 영화가 재미가 없어서 약간 실망했다. 물론 연주는 녹음된 걸 튼 건가 착각할 정도로 뛰어나고 정교했지만... 그다지 즐거운 경험은 아니었다. 카네기 홀에서의 연주가 좀 더 내 취향인 걸로.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그런데 근처 지하철 역이 폐쇄되어서 멀리 걸어가야 했다. 걸어 간 역조차 폐쇄되었으면 어쩌지 싶어서 밤늦게 많이 무서웠다. 어찌됐든 무사히 숙소로 돌아가긴 했지만, 예고 없이 운행이 중단되는 뉴욕의 지하철 시스템은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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