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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겨울 제주 : 3박 4일

Karlie__ 2018. 12. 12. 00:23

2018. 12. 6 ~ 2018. 12. 9

Jeju


 갑작스럽게 결정된 제주행. 제주는 항상 여름에만 가서 겨울 제주는 처음이었다.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할 수 있는 친구와 함께 한 3박 4일. 



 날씨가 좋지 않을 것은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출발하기 며칠 전부터 날씨 앱을 몇번이고 들여다보면서 변화무쌍한 제주의 날씨를 초조하게 지켜봐도 달라지는 건 없음. 그래도 비가 쏟아지거나 폭설이 내리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기온 자체는 그렇게 낮지 않았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서 단단히 무장을 하고 다녀야 했다. 



첫 방문지였던 제주시내의 쌀다방.








 날이 추워 귤차를 시키려다가, 처음 가본 곳에서는 역시 시그니처를 시켜야겠다 싶어 쌀다방 라떼를 주문했다. 베이커리로는 귤잼을 곁들인 크랜베리 스콘. 쌀다방 라떼는 곡물이 잔뜩 들어간 달달한 라떼의 맛이다. 단 걸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음료였다. 스콘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완벽한 스콘이었고, 귤잼도 상큼하니 괜찮았다. 마지막 날에 비행기 시간까지 여유가 좀 있어서 제주 시내를 구경했는데, 쌀다방에 다시 가볼까 생각이 든걸 보면 추천할 만한 카페다. 





친구가 써준 카드. 고마워! 다정함에 녹는다♥




 제주시내에 갔을 때 제주시 새우리에 들러 딱새우 김밥을 샀다. 맛은 무난했던 걸로 기억한다. 친구가 바리바리 싸들고 온 화이트 와인과 브리 치즈로 제주에서의 첫날밤을 기념했다. 평소에 술을 자주 즐기는 편이 아닌데 여행만 갔다 하면 꼭 술을 마시게 된다. 술 중에서도 와인에 제일 약하면서 거의 대부분을 내가 다 마셔버렸다.  








 와인과 김밥, 치즈는 애피타이저일 뿐이었다! "이제 저녁 먹으러 가자." 하는 친구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더니 너 실망이다, 한다. 본격적인 저녁식사는 옹포바다횟집에서. 예약을 하지 않고 갔더니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대기하는 공간에 세계지도가 걸려있어서 다음 여행지를 고민하던 나에게 친구가 이곳 저곳을 제안했다. 그리움으로 남겨두는 것도 좋겠다는 누군가의 조언에 뉴욕을 다시 방문하는 건 일단 보류상태다. 요즘은 유럽 일정을 다시 짜면서 호주를 가볼까, 생각하고 있다. 놀러갈 생각만 가득한 요즘. 


 옹포바다횟집의 2인세트는 가성비 그 자체였다. 청하까지 75,000원에 각종 반찬들과 모듬 회와 생선 탕수육과 매운탕까지 나오고, 무엇보다 맛이 아주 좋다. 반찬으로 무려 튀긴 가지가 나오는 멋진 가게... 협재 부근에 갈 일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횟집!




투명한 컵에 낸 티와 마들렌, 오트밀 크래커.




 다음 날 아침, 미친 듯한 바람을 뚫고 걸어서 숙소 근처의 협재 식물원에 들렀다. 무난하니 괜찮은 공간. 날이 좋다면 더 오래 머무르면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 금세 사람들이 가득 찼다. 귤이 들어간 마들렌이 특이하고 맛있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고 하여 방문한 본태박물관.



뉴욕의 LOVE 상으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백남준의 <나는 결코 비트겐슈타인을 읽지 않는다>




산방산이 보이도록 설계된 통로.


제주에서는 이렇게 긴 모양의 창을 낸 건축물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본태박물관은 여느 안도 다다오 건축처럼 황량했다. 언제부턴가 그의 건축물이 재미없다고 느껴지기 시작했다. 뭔가 잘 알아서 그런건 아니고, 단순한 느낌일 뿐이지만. 박물관 입장료는 2만원인데 개인적으로 전시들 자체는 그 정도의 가치는 없다고 느꼈다. 이건 내가 불교미술이나 전통 공예품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친구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의 전시보다 좋다고 평했다. 

 쿠사마 야요이의 커다란 호박과 무한거울방도 감상할 수 있다. (오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도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봤다. 그의 호박은 모든 미술관에서 하나쯤 가지고 있는 것인가 싶다.) 무한거울방 구경은 아주 환상적인 경험이었다. 입장료의 가치를 처음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이외에 현대미술 소장품을 전시해둔 갤러리는 내가 현대미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갤러리에 비해 흥미로웠다. 

 다른 장소와 마찬가지로 날이 좋았다면 더 오래 머물면서 공간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아쉬움은 별로 없다. 또 가면 되지. 근처에는 방주교회와 수풍석 박물관이 있다. 다음에는 꼭 수미술관에 가보리라. 



이 날의 메인이었던 칠돈가 흑돼지구이. 맛있고 양 많다.



디저트를 위해 들른 이정의댁.



하얀 무스는 놀랍게도 흑임자 케이크다. 맛은 무난하다.


이 정도의 날씨가 최선이었다.


역시나 긴 창이 있는 숙소. 너머로 보이는 금능해변이 아름답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기 전에 명랑스낵에서 떡볶이를, 하나로마트에서 혼디주와 레드키위, 생크림파이, 쥐포 등을 샀다. 칠돈가에서 먹은 흑돼지가 다 꺼지지 않았지만 거나하게 차려놓고 야식을 즐겼다. 혼디주는 감귤 발효주인데 처음엔 생각보다 알콜향이 강해서 낯설었지만 계속해서 들어가는 맛이었다. 원래는 신례명주를 사고 싶었지만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전날 먹다 남은 브리치즈와 떡볶이의 궁합이 좋았다. 아무런 티비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아무런 말이나 하면서 뜨끈한 숙소에서 술을 마시니 정말 즐거웠다.






 다음날에 유민미술관을 가기 위해 섭지코지쪽으로 향했다. 운 좋게도 잠깐 날이 개서 처음으로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초 단위로 변하는 제주 날씨를 알기에 시켜둔 음식을 제쳐놓고 뛰어나가 사진을 찍었다. 비취색의 물빛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식사는 랍씨네에서 했는데 나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았다. 랍스터 같은 메인 해산물을 추가로 시켜야 하는 구성이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기본 해산물만 시키면 이 정도가 나오고, 2인에 5만원 가량이다. 그래도 뷰가 예뻐서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디저트를 위해 들른 도렐. 지점을 착각했다. 커피도 도넛도 무난했다.







열정적 포토그래퍼



 식사를 하고 남쪽으로 이동해 동백꽃밭에 들렀다. 겨울에 피는 꽃이라니! 그러나 이 동백꽃들은 제주 토종꽃이 아니라고 한다. 토종꽃은 이렇게 화려하고 크게 피지 않고, 길가에서 소담하게 핀다고 한다. 그래도 흐린 와중에 쨍한 색감의 예쁜 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운 좋게도 동백꽃밭에 들렀을 때 날이 조금씩 개서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동백꽃을 담을 수 있었다. 행복♥








또 다른 추천하고 싶은 카페 모노클 제주. 베이커리 전부 다 괜찮지만 컵케익이 특히 맛있다. 초콜릿 컵케익을 먹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 석판에 베이커리들 이름 써놓은 것도 귀엽다. 채광도 좋고 좋아하는 재즈 음악이 계속 흘러나와서 더욱 좋은 공간이었다.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은 카페라고 생각!








 사장님이 마음대로 요리해서 주는 식당. 무난하니 괜찮았다. 처음 본 사람과의 대화 없이 음식만 먹을 수 있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두 번째 숙소도 어김없이 긴 창!



아름다운 하도리.


사장님이 직접 만들어주시는 조식. 심지어 무료다.


제주에서는 귤을 사먹을 필요가 없다. 어디서든 귤을 건네준다.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친구와 달라 이륙이 더 늦는 나는 혼자 제주시내로 향했다. 고기국수를 먹지 않는 친구이기에 고기국수를 일부러 마지막 날 메뉴로 빼두었다. 줄 서서 기다리는 자매국수 옆집의 국수마당이었다. 맛있었다. 원체 국수를 잘 먹지 않는지라 면은 많이 남겼다. 



제주문예회관 뒤편의 공원.









 밥을 먹고도 시간이 남아 첫 날에 스쳐지나갔던 제주목 관아에 들러보았다. 생각보다 예뻐서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빨간 열매가 맺힌 저 나무는 뭘까? 붉은 나무가 기와와 단청에 어우러지는 풍경이 제법 그럴싸해서 계속 카메라를 들이밀게 됐다. 



 떠나는 날에 날씨가 좋아지는 안타까운 모습. 그래도 흐린 겨울의 제주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구름의 미학이라고 요약해도 될 법한 이번 제주 여행. 사람들이 제주에 왜 그렇게 자주 가는지 어렴풋이 알게 됐던 나들이였다. 10월 쯤에 또 와보고 싶다. 유채꽃이 한창인 계절에도 와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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